도 서 소 개

 

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
글쓴이
은승완
출간일
2012-09-28
가격
12,000원
판형
128 × 194mm
분량
296 Page
ISBN
978-89-92826-85-3
도서소개

『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

이순신 외전外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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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이순신의 삶을 추적하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어가를 옮겼다. 한양에 이어 개성, 평양이 함락되자 선조는 요동으로 망명할 채비를 갖추었다. 이에 격분한 백성은 의병을 일으켜 전국 각지에서 왜군과 맞섰고, 남해에서는 이순신이 해상권을 장악하며 전세는 서서히 역전되었다. 백성들은 이순신을 불세출의 영웅으로 받들지만 어가를 옮겨가며 피난을 떠났던 대신들에게는 이순신이 점점 불안한 존재로 다가왔다. 민심은 잦아들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풍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 말은 곧 이순신이 역적이라는 것. 

 

  소설『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전쟁이 끝나면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일지 빤히 보이는 형국에서 이순신은 장고를 거듭한다. 역적 죄인이 되느니 전장에서 장렬하게 죽을 것이냐, 아니면 민심을 돌보며 목숨을 부지한 채 후일을 도모할 것이냐.

 

  소설은 이순신이 후일을 도모하는 쪽으로 생각을 모은다. 다시 왜적들이 쳐들어 올 가능성이 있고, 남쪽에서 백성들의 삶을 돌보는 쪽이 더 낫다는 계산이었다. 

 

  

 영웅은 항상 백성의 편에 서 있다 

 

 

  노량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소설은 시작된다. 이후 이순신과 그를 보필하는 성복, 여진, 금이 아범은 한 섬에 은둔한다. 이들은 적이 다시 침입해올 때를 기다리며 산 자도 죽은 자도 되지 못한다. 그러나 섬에서의 은둔은 길어지고 이순신은 그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자신이 전장의 한복판에서 적었던 기록들을 다시 고쳐 쓰게 된다. 

 

  한편, 이순신이 살아 있다는 불온하고 불안한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임금은 최정이라는 인물을 비밀리에 남도로 파견한다. 최정은 소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이순신이 은둔하는 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최정은 별다른 의심거리를 찾지 못하고 섬을 떠나온다. 그러나 얼마 후, 최정은 그때 그곳에서 보았던 늙은이가 죽지 않은 이순신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와중에 이순신과 그의 일행은 해적들과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끝내 해적들은 이순신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그를 설득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고 한다. 이순신은 그들의 제안을 거부한다. 

 

  해적들이 떠난 섬으로 최정이 이끄는 군대가 들어온다. 이순신은 성복과 여진과 금이 아범에게 이제 그만 자신의 곁을 떠나라 명한다. 우여곡절 끝에 여진과 금이 아범은 섬을 떠나지만 성복은 섬에 남는다. 드디어 이순신을 마주한 최정은 깊은 뜻을 가지고 이순신을 미친 늙은이로 만들어버린 후에 섬을 떠난다. 이순신은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한 성복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 성복은 이순신의 뜻을 헤아려 그의 목숨을 거둔다. 그러나 성복은 자신이 보필했던 장군의 명예를 생각해 그가 고쳐 쓴 저작들을 세상에 내어놓지 않기로 한다. 

 

  이처럼 『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는 죽었으되 죽지 않은 영웅을 가능케 한 사람과 시대와 역사를 작품의 뿌리로 삼으며 성웅(聖雄)이라는 수식어를 잃은 이순신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눈을 통해 이순신 삶과 그의 저작을 새롭게 조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탐색은 이순신을 다루어온 기존의 소설들이 이순신을 구국(救國)의 영웅으로서만 소비하거나 이순신의 내면 탐구에 천착하며 영웅을 다시 인간적인 영웅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과는 다르게 이순신이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린 한 개인이었음을 밝혀낸다. 

 

 

 

인간 이순신을 통해 새로운 영웅을 기다린다

 

  소설가 은승완은 이순신이 왜 살아 남아야했고, 또 두 자루의 칼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해야 했었나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깨달음은 항상 늦게 오는 것인가. 다만 이 섬에서의 삶도 소중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관군들이 들이닥칠 지금에서야 뚜렷이 알 것 같다. 마지막 해전에서 살아남은 뒤,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이었는지를. 답은 바로 저 유민들에게 있었다. 저들이 무지랭이 천것들이라지만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생명력이 있음을 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들과 더불어 웃고 그들과 더불어 울며 이 섬을 가꾼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본문 263쪽

 

 

  어쩌면 『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는 결국 한 영웅의 뒤늦은 후회의 참뜻을 논하고 싶은 작품인지도 모른다. 저 무지랭이 천것들의 놀라운 생명력을 인정하지 않은, 더불어 웃고 더불어 울려고 하지 않은, 영웅이기를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는 영웅의 이야기. 

 

  『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는 오늘을 읽어내며 어제를 쓴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내일의 선택을 탐구케 한다. 적은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영웅을 맞아야 할 때가 왔다. 모든 역사는 하나의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소개
글 : 은승완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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