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도 사회란 있는 것일까. 당연히 있다. 다만 그 사회는 부모님들의 시선 안에 있어야하고, 또 통제 되어야 하는 사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사회성 있는 아이가 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비밀로 꽉 찬 아이들만의 사회가 존재한다. 그것도 어른들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집단적이며, 많은 것들이 생산되고, 또 교환된다.
이 책 <다사다난 이용기>에 등장하는 이용기를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용기는 힘(장이재, 짱째) 앞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용기는 함께 공존하는 법을, 비밀을 유지함으로서 극복해 나가는 법을 터득한다.
반대로 갈대오는 자신의 이익만 좇는 요즘 세태의 어른들과도 같다. 다시 말해 요즘 아이들의 사회에는 아이들과 어른이 동시에 존재하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를 아이들이 더 좋은 모습으로 개척해나가는 사회이다.
이런 작가의 시선은 <우리 동네엔 위험한 아저씨가 살고 있어요>에도 등장한다. 큰 키에 스포츠형 머리, 검정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남자를 이 동화에서는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리고 위험하다고 단정 내린다.
이 아저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이들의 것이 아니라 어른들, 기성세대가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 낸 허상이다. 이 허상을 아이들은 곧이곧대로 믿고 따른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느 날, 이 아저씨에게도 사연이 있고, 또 자신들과 같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 만난 생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통 돌봐야하는 동물로 개, 고양이를 일순위로 꼽지만 아이들의 사회에서는 모든 동물을 포괄한다. 이런 아이들의 생각 곳곳에 어른들은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며 쥐를 흉한 동물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개, 고양이와 같은 하나의 생명이다.
이렇듯 작가는 아이들 사회에 뿌리내린 어른들의 세계를 들춰내며 아이들의 판단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세 편의 동화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혀 다른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어쩌면 아이들이 건축한 자신들의 사회에 잘 견뎌 가노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