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책방 04
<별에서 온 선물>
한 켤레의 신발에서 시작된
어떤 세계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입니다. 장애를 둔 어머니는 휠체어에 아이를 태우고 밖으로 나가곤 합니다. 그러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날부터 아이는 더 이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빨간 신발 한 켤레를 선물로 받습니다.
어쩌면 이 빨간 신발은 아이에게 어떤 상징물일 수 있습니다. 희망일 수 있으며, 어쩌면 슬픔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발을 신고 아이는 자신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어머니에게 이야기로만 들었던 곳, 그림으로 표현되던 곳, 자신이 서 있고 싶었던 곳, 희망이 모여 있는 곳과 절망의 길 끝 등, 아이는 한 켤레의 신발을 신고 여행을 떠납니다.
결코 슬프지도 않으며, 기쁘지도 않은, 자신에게 펼쳐진 곳을 걷고 또 달립니다. 불의 정원을 지나고, 기차에 몸을 실어보고, 얼음마을에 도착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두 발로 설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전혀 다른 세계니까요. 어쩌면 아이는 아주 오랫동안 이러한 세계에서 살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였으니까요. 세상의 모든 길이 계단만큼 위험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조용히 창밖만 보며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처럼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었으니까요.
아이는 햇빛촌과 물결촌을 걷습니다. 웃음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아이는 다시 돌아가고자 합니다.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아이는 철길에 서게 되고, 아이는 레일에서 안개가 스르르 내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얼음마을과 햇빛마을, 물결마을과 소리 없는 마을에서 나던 소리와도 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이 동화 <별에서 온 선물>은 포항에 사는 권정숙 작가가 장애를 가진 아이의 내면을 조심스레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이가 꿈꾸는 세계를 곱씹어 읽다 보면 금세 눈물이 흐르는 작품입니다.
아이는 그 어떤 이로부터 위로를 구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만든 세계, 자신이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이 건축된 그곳으로 독자와 동행 하기를 원할 뿐입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인 동화입니다.
동화 <별에서 온 선물>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 것은 그림입니다. 포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박해강 그림 작가가 <별에서 온 선물>에 등장하는 아이의 표정에서부터 아이가 가고자 하는 어떤 세계를 아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동화 <별에서 온 선물>을 통해 장애를 가진 아이의 마음을, 마음으로 그려나가는 어떤 세계의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기에, 한층 뜻깊은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