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본격 어린이 위로 동시집!
시인은 생각했다. 내가 쓰는 이 동시 한 편이 아이들에게 숙제거리가 되는 건 아닌지, 어른의 목소리를 해석하기 위해 동시에 밑줄을 쳐서 부모님에게 의미를 묻는 건 아닌지. 그래서 동시인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출간한 동시집 ‘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에 수록된 동시가 작년 교과서에 실리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울산광역시에서 동시를 쓰고 있는 시인은 트레일러에 실려가는 자동차들, 항구를 떠나는 배들, 온갖 산업 공작물들을 지켜보며 그 풍경의 배경으로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아이들을 봤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또 다른 학원으로, 때론 버스에서 버스로 옮겨가며 졸음에 빠져 있었다. 마치 고도화된 산업화시대의 공작물처럼 말이다. 동시집 ‘공부 뷔페’는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어른들과 어른들의 무의식적인 ‘공부’ 억압으로부터 매일 ‘공부’ 비명을 질러가는 아이들의 감수성을 시로 표현했다.
실컷 먹었는데
또 먹으래요
배불러 죽겠는데
자꾸 먹으래요
영어 메뉴도 뜯어 먹고
수학 메뉴도 꼭꼭 씹어 먹었어요
문제집도 잘 발라먹었고요
(중략)
‘공부 뷔페’로 드러난 요즘 아이들은 척척박사가 아니라 시키면 해야하는 척척로봇이 되었다.
좀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론 공포 영화에 나오는 괴물이 되어 뭐든 집어 삼켜버린다.
그리고 답답한 도시에서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어느 시대나 아이들은 모험을 떠나기 마련이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모험은 ‘톰 소여의 모험’에 등장하는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는 다소 다르다.
공부로 명령되는, 구속으로부터의 탈출이거나 공부라는 지난 시대의 구습에 얽매고자하는 어른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이에 시인은 아이들의 상처를 시로 보여준다. 그리고 시인으로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을 시로 드러내며, 공부로부터 벗어나도 인생에 큰 잘못은 아니라는 말을 건넨다.
이 ‘공부 뷔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같이 보면 좋다. 그래서 더 값진 동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