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서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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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선, 전규찬, 박래군 / 출간일 2014-08-08 / 분량 392 / 가격 14,500원

형제복지원 사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과 인권유린. 1987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복지원 자체 기록으로만 513명이 사망하였고, 다수의 시체가 의대에 팔려나가 시신조차 찾지 못한 사건. 가히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할 수 있는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폭압과 87년 민주화 투쟁의 열기 속에 묻혀 버렸고, 끝내는 국가에 의해 면죄부가 발행된다. 하지만 복지원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

9살 종선은, 1984년 12살이던 누나와 함께 복지원에 끌려간다. 그로부터 3년. 아이는 지옥을 경험한다. 1987년 복지원이 폐쇄된 후에도 ‘짐승의 기억’은 그의 삶을 유린한다. 그의 누나와 술 취해 잠자다 끌려온 그의 아버지는 평생을 정신병원을 떠돌아야만 했다. 이 사건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 참혹한 사건을 어떻게 잊을 수 있었나?

스스로를 괴물이라 칭하는 종선이 입을 연다. 지옥에서 살아남았으나 아직도 짐승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 37살 육체에 갇힌 9살 아이가 28년 만에 입을 열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복지원 피해자인 한종선이 증언하고 문화연구자 전규찬과 인권활동가 박래군이 함께 한 『살아남은 아이』는 지옥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들의 공모로 빚어져, 우리를 대신하여 끌려간 이들로 채워진 지옥. 역사는 반복되며, 인권이 끝나는 곳에서 지옥은 시작된다. 이 반복을 멈추기 위해서 우리는 그의 기억과 마주해야 한다.

장순근 / 출간일 2014-06-16 / 분량 216 / 가격 12,000원

남미는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여행지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남미를 꿈꾸고 계획하지만 섣불리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지구 반대편에 머나먼 땅이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남미를 대표하는 5개국인 브라질, 에콰도르,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를 거쳐 대륙의 남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남쪽의 해협과 섬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학자답게 남미의 역사와 유래 등을 점잖게 말하다가 정복자들이 망가트린 유적을 보고 불쑥 감정적으로 화를 내기도 하고 사라진 원주민들의 후손을 만나 눈물짓기도 한다. 저자가 보고,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을 좇다 보면 어느새 남미는 한순간의 꿈이 아닌, 막 친해지기 시작한 혹은 처음 봤지만 낯설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현실로 다가온다.

서성란 / 출간일 2014-02-28 / 분량 344 / 가격 12,000원

<방에 관한 기억>, <파프리카>의 작가 서성란의 장편소설. <풍년식당 레시피>에 등장하는 승복과 선희는 모녀다. 둘은 생물학적인 모녀가 아닌 같은 질환을 가진 닮은 외모의 모녀다. 우리는 이와 같은 질환을 다운증후군이라 부른다. 하지만 소설 어디에도 이 질환의 명칭은 언급되지 않는다.

작가는 다운증후군이라는 언어에서 전달되는 의미를 애초에 차단하고, 다운증후군인 모녀를 통해 모성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불결한 산도를 빠져나오는 순간 승복은 세상이 자신을 웃음으로 반기고 축복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라는 문장에서 '세상'은 사회인 동시에 갓 태어난 아기의 전부인 가족을 나타낸다. 승복과 같이 질환을 갖고 태어난 생명이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어떻게 외면당하고 상처 입는지를 작가는 섬세한 묘사와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안성호 / 출간일 2014-01-15 / 분량 176 / 가격 10,000원

중편소설 「움직이는 모래」와 「늙은 비둘기의 똥」이 실린 안성호 작가의 소설집. 표제작 「움직이는 모래」는 두 집 사이에 강물이 흐르고, 두 집 사이에 모래가 쌓이고, 굵은 밧줄 하나가 두 집안을 잇고 있는 가족 이야기이다. 그 두 집은 가부장적인 남자가 모래를 통해 축조한 것들이다. 소설은 이 두 집을 통해 가족이라는 단위가 얼마나 점성이 없는가를 보여준다.

「늙은 비둘기의 똥」은 무기력하게 사는 한 남자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다. 백수처럼 사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작가와 장애인 부부가 얽힌 복잡한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세밀하게 그려가고 있다. 두 편의 중편소설은 상당히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두 소설 모두 치밀한 묘사와 심리적 갈등을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있다.

홍성식 / 출간일 2013-11-05 / 분량 256 / 가격 13,000원

콩자반처럼 까맣게 조려 놓은 세상을 등지고 처음 연애를 걸듯 떠난, 시인 홍성식의 세계여행기.

저자 홍성식 시인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한 계좌에 몰아넣고, 그것도 부족해서 부동산 중개소에 전셋집을 내놓았다. 집이 나가고 전세금마저 통장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부족할 것 같아서 지인에게 약간의 돈까지 빌린 다음, 시인은 비행기에 올랐다.
애당초 시인이 생각한 여행은 이런 것이었다. 오랫동안 농기구처럼 부려먹어서 경직되고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영혼을 한없이 풀어놓는 것, 햇빛에 늘어놓는 것. 이 책, <처음 흔들렸다>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훌쩍 떠난 홍성식 시인의 흔들리는 시선으로 본 세상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