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재]『당신의 가장 중심』

2021-10-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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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빗장을 걸어 두었던 다섯 편의 중심 이야기
강이라 「수국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김강 「으르렁을 찾아서」김도일 「관목貫目」문서정 「손가락은 손가락을 모르고」전은 「크리미는 크리미해」

'당신의 가장 중심'/리잼 제공

몸 안에서 성장하는 나를 만나다 물음이 없는 나는 안녕히 잘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 『당신의 가장 중심』에서 소개하는 소설은 우리 안에 가장 큰 비중으로 늘 존재해왔던 중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종종 흔들리기도 하고, 때론 까맣게 불타버리기도 하는 그 중심 이야기이다.

우리들 안에 존재하는 중심은 늘 선명하지 않다.

그래서 작가들은 자신의 중심을 찾아 꽤나 긴 시간을 되돌려 지난 시절 나에게로 간다.

그리고 골목을 걷다가 어느 닫힌 문 앞에 섰다. 아주 오랫동안 닫아 두었던 바로 그 문인 것이다.

★당신은 당신을 알지 못한다 강이라 작가의 〈수국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는 우리 중심에 고여 있는 감정이 다양한 선들의 교차점이라는 걸 이야기한다. 페루로 돌아가려는 우지은, 현우와 헤어지고 지방에서 큐레이터를 하는 늘봄, 그리고 늘봄의 고향 집 마당에 기억으로 묻혀버린 현우. 각각 다른 이처럼 보이지만 어떤 기억으로 연결되어 있다.

김강 작가
김강 작가

★김강 작가의 〈으르렁을 찾아서〉는 사회 구성원으로부터의 중심을 말한다.

그 다수의 중심으로부터 탈락한 변방의 ‘그’가 어쩌면 중심이지 않았을까 이야기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으르렁’은 숲의 끝에서 온 아이다. 먹기만 하고, 가끔 으르렁거린다.

그 소리에 송곳니가 찾아온다. 동굴에 있던 사람들은 으르렁을 내보낸다.

으르렁이 떠난 뒤 송곳니는 네 명의 사람을 물고 가버린다.

이제 사람들은 으르렁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뒤늦은 후회였다.

★김도일 작가의 〈관목貫目〉은 할아버지의 베트남 전쟁 참전과 고엽제 피해로 베트남 여인과 결혼을 했던 아버지, 그리고 나(철수). 이 이야기는 쳇바퀴 돌듯 바다와 베트남으로 이어진다.

이 ‘악몽’이 소설을 지배하는 중심에 있고, 또 우리 사회에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문서정 작자
문서정 작자

★문서정 작가의 〈손가락은 손가락을 모르고〉는 엄지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를 통해 그동안 닫혀 있던 비밀의 문을 열게 된다.

경주 언니는 형부가 이혼 서류를 안방 침대에 던져놓고 캐리어 두 개를 들고서 집을 나갔고, 경혜 언니는 대학원 다닐 때 유부남 조교와 연애를 했고, 오빠는 아파트를 산다며 엄마에게서 돈을 빌렸고, 은오는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 데리고 온 아들이며, 엄마는 당뇨합병증에 치매 판정까지 받았다.

★전은 작가의 〈크리미는 크리미해〉는 시간과 공간이 액체괴물처럼 자유자재로 생성되는 디지털 사회를 잘 형상하고 있다.

컴퓨터가 스스로 경계 없는 제국을 만들고 무한한 자연을 형성하는, 디지털 밀림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요즘 이야기이다.

home 이창형 기자 chang@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