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제로 시를 끌어가는 개성적 호흡

박예자 동시집

『그 많던 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리잼(2019.7)

지금까지 출간된 동시집 중에 감나무를 주제로 사계절을 노래한 것은 없었다. 연작동시의 형태는 아니지만 감나무 그 자체와 감나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일기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래하였다. 따라서 하나의 주제로 시를 끌어가는 긴 호흡이 주목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나무를 일 년 동안 관찰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여겨보는 개성적 심상에 우선 호감이 갔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필자는 류시화 시인의 동시에 대한 견해가 생각났다.

‘동시는 아이들을 위해 쓴 시가 아니라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의 마음으로 노래한 시다.’ 라는 말이다.

박예자 씨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의 마음으로 노래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동심과 동일시되며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시가 되는 것이다.

다섯 살이 된/아기 감나무가/열 개도 넘게/감을 매달고 있다//

할머닌/감나무를/가만히 어루만지며//

힘들지?/많이 힘들지 하며/감나무를/껴안아 준다//

나도/ 할머니 따라/감나무를/꼬옥 껴안아 주었다

-감나무 안아주기- 전문

참 쉽게 읽히지만 가슴에 울림이 있다. 감나무를 껴안는 할머니와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시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아이의 정서적 교감은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며, 시적 감동으로 사랑을 일깨워주고 있다. 가르침은 지식으로 아는 것보다는 감동으로 깨닫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시가 주는 효용적 가치이다.

까치야!/밥 좀 깨끗이 먹으렴//

우리 할아버지가/너희들 먹으라고/남겨놓은 까치밥//

왜 자꾸/파먹다 안 먹어?/먹기 싫어?/맛이 없어?//

다른 가지 홍시들도/쬐금 파먹다 말았네?/

입으로 콕콕 찍어만 놨네?/그러면 안 돼!//

까치야, 까치야/ 제발 한 개 맛있게 냠냠/

다 먹고 나서/또 다른 홍시를 먹으렴

- 까치야, 까치야- 전문

인용한 작품은「감나무 안아주기」와는 대비되는 작품이다.「감나무 안아주기」가 행동으로 시적 메시지를 전했다면 「까치야, 까치야」는 바람직하지 못한 점을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까치의 속성을 면밀히 관찰한 후, 정겨운 입말과 가을의 서정이 어우러져 따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박예자 씨는 초등 교단에서 오래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의 동시는 은연중에 교훈성이 드러나지만, 시적 형상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잘 용해되어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시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녹아있는 가르침을 시적 감동으로 향수하는 것이다.

(글·하청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