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간식책은 사도 훈련책은 안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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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관련 서적 살펴보니
책 판매량 매년 늘고 있지만 미용-간식 관련 책이 대부분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애완동물 코너 서가 상단에 비치된 책들. 강아지 미용법이나 간식 조리법 등에 대한 책이 많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애완동물 코너 서가 상단에 비치된 책들. 강아지 미용법이나 간식 조리법 등에 대한 책이 많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무는 버릇은 개가 태어날 때부터 갖는 특성이 아니다. 생후 18주쯤 이뤄진 학습 결과다.”

‘개는 물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견주들의 오해를 꼬집는 이 설명은 지난달 출간된 책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리잼)의 내용이다. 독일인 수의사이자 애완견 행동치료 전문가인 저자는 입마개 착용 훈련법 등을 소개하며 “이빨 쓰기를 제어해야 주인의 애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썼다.

최근 이웃을 물어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개의 주인인 가수 최시원 씨가 이 책을 읽었다면 “사람 무는 버릇이 있다”고 스스로 밝힌 개를 더 주의해서 관리했을지 모른다. 애완견을 기르는 집이 최근 빠르게 늘어 450만 가구를 넘어섰지만 기본적 훈련법 정보는 널리 보급되지 못해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개 관련 책의 총 판매량은 1만4158권이었다. 판매량이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지만 훈련법을 다룬 책보다는 먹이 만들기, 입히고 꾸미기, 놀아주기, 질병 치료에 대한 책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 2년간 판매 순위 20위에 든 책 중 13권이 ‘강아지 옷 만들기’ ‘자연식 맘마’ ‘행복한 놀이법’ 등 훈련과 무관한 내용의 책이었다.

훈련법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도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기보다는 개를 바라보는 가치관에 대해 부드럽게 기술하며 훈련법을 곁들인 것이 많았다. 이웃 또는 산책길 행인을 배려하기 위해 개 주인이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지적한 책보다는 ‘강아지에게 강압적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쓰인 책이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서점의 개 관련 서적 판매 상황도 비슷하다.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애완동물 코너 서가에 꽂힌 120여 권의 책 중 훈련 정보를 담은 것은 16권에 불과했다. 서가 상단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꽂힌 책은 ‘애견 미용학’ ‘강아지 배변훈련 시키지 마라’ ‘우리 개 스트레스 없이 키우기’ ‘강아지 수제간식 레시피’ 등이었다.

“무는 강아지 귀엽다고 그냥 두면 큰일 낸다” “외출할 때 사랑스럽게 작별인사 하는 건 개 버릇 버리는 지름길”이라며 잘못된 통념에 대해 쓴소리하는 책은 대개 외국 전문가가 쓴 번역본이다. 국내 도서 중에서는 판매 순위 1위인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동아일보사),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쌤앤파커스) 정도가 훈련과 목줄 매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는 개고…’를 쓴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학과 교수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개 꾸미기’ 위주의 풍토가 큰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훈련의 필요성, 타인 배려하기에 대한 상식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강아지 훈련책#애완견 관련 서적#무는 강아지 귀엽다고 그냥 두면 큰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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