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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이 있다면> 간결해서 마음에 더 와닿는 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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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16 17:23 조회1,2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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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해서 마음에 더 와닿는 말의 힘 _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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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눈으로 세상 들여다본 동시

아이들 특유의 익살이 흐르고

어른에겐 안보이는 재미난 세계

“쉬는 날/ 잠만 자는 아빠// 곁에서 맴돌아도/ 툭 툭 건드려도/ 두 팔을 잡아끌어도/ 꿈쩍 않더니// 쪽!/ 뽀뽀 한 방에// “아이구, 우리 딸.”// 반짝/ 일어난다”(‘뽀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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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의 힘

김유진 시, 서영아 그림

창비·9000원

 

어린이 달에 맑은 눈과 언어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동시집 3권이 나란히 나왔다. 계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한 김유진 시인의 첫 시집 <뽀뽀의 힘>은 책 전체에 아이 특유의 익살이 흘러 빙긋이 ‘엄마미소’를 자아낸다. 화난 엄마 얼굴이 빨간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면 ‘나’는 자벌레가 되어 가만히 숨죽이고(‘변신 모녀’) , 큰소리로 부부싸움을 한 다음날 아빠는 몰래몰래 나가다가 옆집 사람을 보면 유난히 명랑하게 인사한다.(‘부부 싸움 다음 날’) 유방암 수술로 한쪽 가슴을 잃은 뒤 ‘혹부리 영감님 혹처럼/ 축 늘어진 젖 하나만/ 덜렁 달’린(‘할머니의 짝젖’) 할머니의 가슴을 보는 애처로움이나 할머니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기도를 하다가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한없이 미안해지는 마음(‘꼬르륵’)은 꾸밈없는 말투 덕에 더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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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길

김철순 시, 구은선 그림

문학동네·9500원

 

‘하하하/ 호호호// 흰쌀밥 먹고/ 흰 똥을 싸는// 저 똥꼬 좀 봐// 두 개야, 두 개’ 이 시의 제목은 뭘까. ‘가래떡’이다. 떡집에서 가래떡이 뽑아져 나오는 기계를 보면서 어른들은 질색할 ‘똥꼬’를 떠올린다. 김철순 시인의 첫 동시집 <사과의 길>에는 이처럼 상식이나 관습에 젖은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재미난 세상이 담겨 있다.

 

“쉿!/ 조용히 해/ 저,/ 두 귀 달린 냄비가/ 다 듣고 있어// 우리 이야기를 잡아다가/ 냄비 속에 집어넣고/ 펄펄펄/ 끓일지도 몰라// 그럼, 끓인 말이 어떻게/ 저 창문을 넘어/ 친구에게 갈 수 있겠어?/ 저 산을 넘어/ 꽃을 데려올 수 있겠어?(‘냄비’) 냄비의 양 손잡이는 귀가 되고, 그 귀가 아이들의 속닥속닥 이야기를 잡아다가 팔팔 끓인다는 상상력이 참신하다. 시인의 눈에는 냄비 하나도, 주전자도, 우산도, 콩나물국도 예사롭지 않다. 개구리가 겨울에는 울지 않는 이유에도(‘개구리’), 산비둘기의 “구구 구구” 지저귐에도 어른들은 생각하지 못한 각자의 사연이 보인다. 시인은 금을 캐듯 익숙한 사물과 이웃들에게서 새로운 의미를 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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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이 있다면

신현득 시, 김진희 그림

리젬·1만1000원

 

<뿔이 있다면>은 반세기 넘게 동시를 써온 신현득 시인이 그간 출간한 27개의 작품집 가운데 60여 편을 골라 엮은 시선집이다. 1959년에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작가의 시세계를 처음 펼쳐 보인 ‘문구멍’은 창호지문 바르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지금 읽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빠꼼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그림 창비 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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