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뮤 니 티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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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2-11 18:15 조회1,3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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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미지’를 보면 ‘상처 입은 자는 살아남는 방법을 알기에 도리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큰 고통을 겪은 이의 큰 용기를 보게 됩니다.

두 영화를 통해 본다면 인간은 고통의 경험 속에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 –직장이든, 학교든 그 어느 곳이건-

불공평하다는 ‘촉’을 얻는 순간 이리 저리 계산기를 두드리게 됩니다.

이익인지 손해인지 계산할 때 범위가 백년 단위는 아니겠지요.

당장 오늘, 며칠, 몇 달,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작은 일 일 수 있지만

하루, 한 번의 손해에 펄펄 뛰는 것이 우리 모습입니다.

이런 경우 늘 선택의 잣대는 우리 시대 ‘대세’는 무엇인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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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색함이 대부분인 우리들 가운데 ‘듬직’하게 자릴르 지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양철곰>은 그 듬직함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양철곰은 부서지고 삐걱대고 곧 망가질 것 같습니다.

양철곰이 ‘대세’가 아닌 것은 표지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곰이 자리한 마을도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신비의 열매를 먹으면 황금으로 변’한다는 황금별로

이주할 길 없는 소년은 양철곰에게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합니다.

이주 열차를 달고 떠나간 이들처럼 마지막 열차를 달고 떠나길 종용합니다. 자신의 몸에 치명적인 물을 계속 퍼붓고 있는 양철곰을 소년은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요.

양철곰이 지키던 마지막 녹색 숲이 파괴되고 많은 새들의 보금자리였던 양철곰이 무너져 내리고

소년은 절망감에 눈물짓습니다. 양철곰에 안겨 눈물 짓던 소년은 양철곰의 몸에서 돋아나는 새싹을 봅니다.

파괴된 마지막 녹색 숲을 대신하여 양철곰은 자신이 숲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양철곰이 숲이 되자 사람과 물고기가 다시 찾아옵니다.

숲이 없는 도시가 황량한 디스토피아의 세계처럼 보인다면 녹색 숲이 잇는 마을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소년은 아마도 황금별로 이주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버리고 떠난 곳, 마지막 숲을 파괴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양철곰은 새들의 보금자리로,

식량 저장소로 역할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킵니다.

심지어 자신에게 치명적인 물을 뒤집어쓰기도 합니다.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의 뚜띠 아저씨처럼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며 자신이 자리한 곳에 새싹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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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의 <양철곰>은 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글자는 없지만 한 장면 한 장면 짚어가며 의미를 생각해봐야 하므 로 초등 중학년 이상이 적합합니다.

특히 환경 문제나 헌신, 신념 등의 의미 등을 생각해볼 때 함께 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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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이기훈의 그림은

미래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SF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해 시청각 매체에 익숙한 세대들이 환영할 만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주어질 때 반응이 어떤지 궁금한 책입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이므로 장면마다 말풍선 넣기나 장면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기 등의 활동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서평 제목은 루쉰의 책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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